◆ 한국에세이 조 영희 작가 ◆
 
조영희 作家

느티나무

 

                                                       조 영희 作

 

경기도 양수리 두물머리에가면 두 개의 강이 만나는 자리 마을 어귀에 400년이 지난 느티나무가 있다. 두 개의 강과 나지막한 산들로 둘러싸인 마을에 바다 같은 강을 무심히 지켜보며 켜켜히 포개어온 세월을 감싸 안은 나무둥지엔 멀리서 날아온 바람 내음과, 자기 몸을 딱딱하게 펴말린 바위냄새가 났다. 서울서 1시간 거리에 있어서 서울서 멱살 잡힌 내 영혼이 갈증을 느낄 때 면 달려가곤 했고 부산서 친구들과 가족이오면 젤 먼저 안내 해주고 싶었다 .

 

쌍떡잎식물 쐐기풀목 느릅 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산기슭이나 골짜기 또는 마을부근의 흙이 깊고 그늘진 땅에서 잘 자란다. 전북 정읍시 소성명 회룡리에 전북기념물 높이 26m 지름3m인 금동느티나무는 나라의 중대사가 있을 때 피같은 액체를 흘렸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마을과 나라의 모든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언제나 묵묵히 옆에서 지켜봐주었기에 그런말이 돌았으리라.

 

부산토박이 나의유년시절, 나무에 관한 특별한 추억은 별로 아니 거의 없다. 시내 한복판 좁은 동네엔 좁은 골목길과 놀이터 ,언덕 같은 곳에서 어린 시절 공놀이나 살구, 고무줄,소꼽살이,돌 차기 같은걸 하며 놀았고 그나마 동래쪽 외갓집이나 큰집에 (지금의 구서동,두구동)소나 논밭 등을 보고 비 오면 개구리나 강물을 구경 할 수 있어서 언제나 방학을 그리워했다.

 

고등학교는 시내 공장 쪽이어서 교통은 좋았지만 학교 교정이라는 추억은 별로 없고 고등학교때 여름 구덕도서관에 공부하러가서 창문 옆 큰 나무의 매미소리와 그늘은 고교생인내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호사였다. 한줄기 바람과 매미소리는 너무 상쾌했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어서 잊을 수가 없었다.

 

 

양수리의 두 물머리 느티나무는 그자체로 강과하나의 정물이 되어 내 동공에 엄숙하게 꽂혀버렸다. 한결 같이 제자리에서 속으로 속으로만 뿌리내리며 파내려간 생존의 원리를, 무수한 세월을 곰삭히며 모진 날 들을 인내하여 허물을 벗고 나이테를 만들어나갔을 생존의 반복성을, 빠르게 변주하며 일회적인 것에 대항하는 침묵의 몸짓으로 묵묵히 견뎌 살아 남은 자의 고독과 아픔을 감히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숙연하게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가슴이 답답할 때면 사진을 본다. 나무 옆엔 벤취가 있고 누군가가 항상 기다렸을 것 같은 여운과 아픔과 소망이 전해져왔다. 살면서 끊임없이 기다려야 할 그 무엇과 순간과 대상이 있기 마련이다. 보고 싶은 친구, 사랑하는 연인, 군대간 연인, 식물인간이 된 가족 이거나,수술한 후 회복되기까지... 욕망하고 소망하는 순간까지의 절실함으로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한결 같이 제자리를 지키며 가슴으로 흘러내린 그리움의 조각들이 땅속으로 내려앉아 뿌리를 내린 것이리라.

 

사실 난 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했다. 아들만 둘 키우며 애살이 많았으므로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했었던 것 이다. 과학고, 영재고 입시 설명회 쫓아다니며 맹렬엄마로 나름 영재원, 자사고 학부형으로 아들이 대학문에 골인했지만, 대학문이 삶의 목표가 아닐진대 이 시대가 가지는 여러 환부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변명과 상황에 대한 이해를 요구만 할 뿐이다. 정말 요즈음은 뉴스틀기가 무섭다. 총체적부패와 부실의 건강하지 못한 사회 구조에 대해 아이들에게 민망할 정도 이다 .인생을 반 이상을 살아왔고 내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 아들에게 강조할 욕심은 없고 자유와 행복에 대해 아들의 선택을 믿고 싶지만, 그래도 현실을 떠나 살수는 없지 않은가? 워낙 취업 환경이 최악이고 , 흙 수저는 면하게 해주었지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아들은 날개 짓 하는데 욕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너무 어릴 때부터 경쟁에 지쳐서 그런지 성공과 입신양명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출세가 아니라도 세상에 대해 뭔가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인정받는 존재로 성장하는 내사고가 넘 구태의연한 걸까? 난 중도의 성향을 가지고 쿨 한 엄마라 자처했건만 나도 꼰대의 범주에 서 있는 걸까? 복학해서 이제 3학년이 되니 내속에서 조바심이 서서히 밀려와서 표시는 내지 않고 묵묵히 아들을 후원 해주고 싶다. 근데 자꾸 표시를 내게 될까봐 그게 두렵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다리고 싶다 느티나무처럼..

 

피트 하밀의 소설‘Going home’에서 출소를 앞둔 죄수 남편을 위해 사랑하는 아내는 기다림의 징표인 노란리본을 마을 어귀에 샛노랗게 메어두어 남편을 맞이했다. 남편은 얼마나 환희에 젖어 참나무의 노란 리본을 바라보았을까? 아직도 인양 되지 않은 세월 호와 돌아오지 않은 우리아이들을 향한 간절한 노란 리본은 전 국민의 마음을 영원히 무겁게 하고 있지만 기다리며 가슴 속 증오와 분노를 지우는 치유 작용인 지도 모른다. 감옥에서 죽음도 마다하고 수절을 지키며 오매불망 이 몽룡을 기다리는 성 춘향이의 기다림 또한 아름답고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기다림 후의 사랑의 완성은 더 애절할 것이다. 일본의 막부시대의 영웅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앞서 노력한 두 영웅의 결실덕분에 묵묵히 오랜 기다림으로 전국을 통째로 제패할 수 있게 된 천운의 사나이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의 삶을 단순한‘기다림’으로 정의하고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존재의 부조리성을 보여주는 사무엘 베게트의 두 부랑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50년 동안이나 오지도 않는 고도를 기다린다. 끝내오지 않지만 기다림 속에서 새로운 그 무엇을 발견해 내는 게 우리네 삶인지 모른다. 메시아를 고대하며 타민족의 수많은 박해와 고통을 견뎌올 수 있었던이스라엘 민족도 구원을 약속한 여호와와의 믿음과 기다림을 통한 소망을 간직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복음 15장의 집을 떠나 탕자가 되어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리며 환대하게 맞아주는 아버지의 따스하고 거룩한 본능적인 사랑이리라. 85일이나 고기를 잡지 못하고 허탕 친 노인 산티아고는 마침내 오랜 기아와 절망에 허덕이다 큰 물고기를 잡아 올리지만 피 냄새를 맡은 상어떼 에게 고기를 다 뜯기고 뼈만 남겨서 돌아온다 .항구로 돌아온 노인은 배 옆에 생선뼈를 묶어놓고 잠이 들며 사자 꿈을 꾼다. 역경 끝에 노인이 얻은 건 생선뼈지만 노인에겐 꺽이지 않는 날개를 가져다 준 것이다. 노인의 기다림이 없었다면 더 큰 도약은 없었으리라.

 

내 카톡 프로필 사진은 양수리 느티나무이다. 잔잔하고 시원한 강가를 한 없이 바라보는 느티나무의 곧게 뻗은 가지와 풍성하고 새파란 잎의 향연을 보면서 세월이 주는 사연과 침묵을 느껴본다 .그리고 한 번씩 찾아가서 앉아 정물 속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물론 내속에 요동치는 욕망과 집착을 끊어내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누구나 가슴속에 한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살이 쉽게 흔들리 지 않고 나를 지탱해줄 수 있는 나만의 느티나무를..

 
▲      © 가평투데이

 

 

 

 

 

 

 

 

 

 ◁ 조 영희  수필가


 

◆ 작가약력

한국에세이문예 등단

본격수필가협회 중부지부회원

한국에세이문예 이사

부산대 통신대 수학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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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02 [15:25]  최종편집: ⓒ 가평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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